아래는 시인 이상화가 1926년 6월 [개벽] 70호에 발표한 시로 국권 상실의 아픔과 국권 회복에의 염원을 담고 있다.이 시는 1920년대에 거의 유일한 대일(對日) 저항시로 남아있으며, 이 시로 인하여 [개벽]은 폐간되기에 이른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서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 밭아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