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12월 11일: 31년 전, 부산 초원복집 사건

역사 속 오늘, 12월 11일에 일어난 일:

220년 - 조비가 무력으로 후한 헌제를 폐위시키고 위나라를 세우다. 삼국 시대가 시작되다.
361년 - 배교자 율리아누스가 유일한 로마 제국의 황제로서 콘스탄티노플에 입성하다.
630년 - 무함마드가 1만 명의 무슬림 군대를 이끌고 진군하여 메카를 정복하다.
1969년 - 대한항공 YS-11기 납북 사건 발생.
1992년 - 부산 초원복집 사건이 일어나다.
2007년 - 알제리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여, 76명이 사망하고 170명이 부상을 입었다.

오늘의 묵상: 부산 초원복집 사건

1992년 12월 11일, 31년 전 오늘 부산 초원복집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초원복집 사건은 정부 기관장들이 부산 복어 요리 전문점 ‘초원복국’에 모여 제14대 대통령 선거에  민주자유당 후보였던 김영삼을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모의한 것이 도청에 의해 드러나 문제가 된 사건입니다.

 

김기춘(전 법무부 장관, 1992년 10월 2일 퇴임)을 비롯한 부산의 기관장(시장, 경찰청장, 검사장, 교육감, 등)들이 모여 정주영과 김대중 등 야당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시키자는 대화가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관계자들에 의해 도청되어 언론에 폭로되었습니다.

 

하지만 주류 언론은 관권선거의 부도덕성보다 도청의 비열함을 더 부각했습니다. 해당 폭로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김영삼 후보 측을 곤란하게 만들 의도였지만 당시 주류 언론들은 집권 여당이 의도한 대로 핵심을 '공권력의 선거 개입'이나 '지역감정 유발 기획'이 아닌 '불법 도청'에 맞추고 연일 보도하여 김영삼의 당선을 도왔습니다.

 

집권세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씌우고 언론과 함께 여론을 조장하여 정권을 잡은 후, 식당에 도청장치한 것을 주거침입으로 몰아 정주영 후보 측 사람들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하고, 현대그룹은 자금줄이 2년간 묶이게 됩니다. 초원복국에서 불법 선거운동 모의를 했던 사람들은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되기는커녕 이후 정권에서 주요 보직들을 차지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대법원에서 주거침입죄에서의 "침입"의 기준이 변경되며,  25년 후, 초원복집 사건과 비슷한 형태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판결되면서 초원복집 사건의 주거침입죄 판례도 변경되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대법원에서 주거침입죄에서의 "침입"의 기준이 명확하게 변경되었고, 초원복집 사건과 비슷한 형태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판결되면서, 25년만에 초원복집 사건의 주거침입죄 판례도 변경되었다. SBS News DB.

 

2021년 9월 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주거침입죄의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 후 2022년 3월 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더라도 음식점의 방실에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들어간 것은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고 보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 대법원 1997년 3월 28일 판결(초원복집 사건)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안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라고 발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