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12월 27일에 일어난 일:
537년 - 동방 정교회 대성당 아야 소피아가 완성되다.
1945년 - 동아일보의 신탁통치 오보사건.
1972년 - 10월 유신: 박정희 대통령이 재취임하면서 유신헌법이 발효되다.
1979년 -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발발했다.
2009년 - UAE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 (200억 달러, 24조 원대)를 한국전력공사 컨소시엄이 수주 ('원자력의 날'로 제정)
2018년 -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에 대응하여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오늘의 묵상: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1979년 12월 27일, 44년 전 오늘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이란,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중국 등에 둘러싸인 아프가니스탄은 여러 나라에 끼인 내륙국으로 육로로는 쉽게 갈 수 없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19세기에는 남하하는 러시아제국과 인도를 장악한 영국제국은 이 땅을 완충지대로 남겨두기로 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은 제국주의 지배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에는 소련의 침공과 내전을 겪고 21세기에는 미국의 침공을 당하게 됩니다.
1979년 12월 27일 아프가니스탄의 친소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소련의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합니다. 쉽게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은 미국과 서방세력의 지원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반군인 무자헤딘의 저항으로 양측 모두 수많은 사상자를 낸 후 9년 2개월만인 1989년 2월 15일에야 끝나게 됩니다.
소련이 지원했던 친소 공산 정권인 아프가니스탄 민주 공화국(아민)은 소련군 철수 이후 3년 반을 버텼지만 결국 몰락하고 맙니다. 이 전쟁으로 '아민'군은 1만 8천여 명이 전사하고 7만 7천여 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사망자는 56만 ~ 2백만에 이르며 여기에 부상자까지 합하면 전 국민의 1/3 이상이 죽거나 다친 셈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이 전쟁에 항의하여 1980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했으며 대부분의 서방권 국가들과 한국, 일본도 이에 동참했습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소련과 동구권은 4년 뒤에 열린 1984 LA 올림픽에 불참하면서 둘 다 반쪽짜리 올림픽이 됐습니다. 그러다가 냉전이 끝나면서 1988 서울 올림픽에서야 비로소 온전한 올림픽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소련 청년들과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죽음을 초래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소련 국민들의 불신과 반감을 초래하였고 결국 1991년 12월 소련의 붕괴와 러시아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쓰라린 패배를 당한 것처럼, 미국도 2001년 9·11테러의 배후조직인 알 카에다를 지원하는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가 20년간 싸우다 결국 철수하였습니다. 이로써 아프가니스탄은 소련과 미국과 싸워 이긴 유일무이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지 43년이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습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와 마찬가지로 전쟁은 예상과 달리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2023년 8월 기준, 러시아군은 사망자 12만여 명, 부상자 17만∼18만여 명으로 집계됐고, 우크라이나군은 사망자 7만여 명, 부상자 10만∼12만여 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적 의무를 표방하며 아프가니스탄 제국주의자를 축출하겠다는 과거 소련의 명분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러시아의 명분은, 침략자로부터 조국을 지키겠다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우크라이나의 항전의지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합니다. 4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쟁에 징집된 소련/러시아군이 전쟁 명분과 의지가 없다 보니 전쟁이 길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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