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3월 27일에 일어난 일:
1513년 - 신대륙에서 젊음의 샘을 찾던 스페인의 탐험가 후안 폰세 데 레온이 플로리다를 발견하다.
1977년 -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섬에서 두 대의 보잉 747 항공기가 활주로 상에서 충돌, 583명 사망.
1989년 - 문익환·유원호·정경모·황석영, 김일성 북한 주석과 면담.
1990년 -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사형 확정.
[일본에선 벚꽃(사쿠라)의 날로 밀고 있다: 3(사) × 9(쿠) = 27]
오늘의 묵상: 문익환 목사 일행 김일성 주석과 면담
1989년 3월 27일, 35년 전 오늘, 문익환·유원호·정경모·황석영이 북한을 방문하여 김일성 주석과 면담했습니다.
1988년 1월 1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신년사에서 남북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하면서 남한의 각 정당 당수와 김수환 추기경, 백기완과 함께 문익환 목사를 초청했습니다. 그해 남한에서는 6·10 남북학생회담 무산과 8·15 남북학생회담 출정식 등 청년·학생들의 통일운동이 정부의 저지를 받았고, 각계의 남북교류 제의가 거부되는 등 통일운동에 대한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단된 남북 간의 대화를 위해 문익환 목사 일행은 북한의 초청에 응하는 방식으로 방북을 결정했습니다.
문익환 목사와 유원호는 재일작가 정경모와 함께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초청으로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도쿄에서 베이징을 거쳐 1989년 3월 25일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같은 시기 한국민족 예술인 총연합(민예총) 대변인인 소설가 황석영도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문익환 목사 일행은 김일성 주석과 두 차례 회담을 한 뒤 4월 2일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고문 문익환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허담 명의로 9개 항의 이른바 ‘4.2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연방제방식으로 통일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 선택해야 할 필연적이고 합리적인 통일방도가 되며 그 구체적인 실현방도로서는 단번에 할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할 수도 있다는 점에 견해의 일치를 보았다”는 내용은 이후 2000년 6.15 공동선언에 포함된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노태우 정부의 대북 창구단일화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이루어진 문익환 목사 일행의 방북은 정부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강경한 대응을 불러왔습니다. 정부는 “문익환 목사 등의 평양 밀행이 김일성 집단의 일관된 대남분열정책의 소산이며 반국가적 행동”이기 때문에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문익환 목사와 유원호는 도쿄를 거쳐 4월 13일 서울 김포공항으로 귀국했지만 공항에서 안전기획부에 연행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옥살이를 했고, 정경모는 생전에 고국땅을 밟지 못했습니다.
윤동주, 문익환, 장준하는 숭실중학교 시절 '절친'이었다고 하는데, 1975년 장준하의 의문스러운 죽음 이후 문익환 목사는 유신독재 투쟁에 매진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통일운동에 집중하며 통일 관련 재야단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합니다. 그는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사건으로 처음 투옥됐으며, 1980년 5월에는 '내란 예비음모죄' 혐의로 군사재판에 회부돼 김대중 대통령 등과 함께 법정에 섰습니다. 그는 모두 여섯 차례 복역했으며 이 기간을 모두 합치면 약 10년이 됩니다.
늦봄 문익환 목사는 한국 현대사에서 '재야 통일운동'의 상징이며, 1992년에는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1994년 향년 77세에 심장마비로 급서 했으며, 그의 사후인 2002년 대한민국 정부는 그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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