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3월 30일에 일어난 일:
1282년 - 마피아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고 전해지는 시칠리아 만종 사건이 일어났다.
1856년 - 크림 전쟁을 끝내는 파리 조약이 조인되다.
1867년 -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하다.
1965년 - 서울시 중학교 입학시험, 무즙파동 판결
1981년 -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힐튼 호텔 앞에서 총탄에 피격당하다.
오늘의 묵상: 무즙파동
1965년 3월 30일, 59년 전 오늘, 서울특별시 전기 중학 필답 고사(1964년 12월 7일 시행) 정답 발표 이후(소위 '무즙파동'), 학부형 42명이 제기한 ‘입학시험 불합격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해당 중학교가 내린 입학시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당시 국어, 산수(현재의 수학), 사회, 자연(현재의 과학) 과목을 모두 합쳐 20개의 문제에서 복수정답이 나왔는데 특히 자연 18번 문제가 가장 큰 논란이 됐습니다. 참고로 당시 문제는 모두 배점이 1점이었지만 명문 학교를 목표로 하는 입시에서는 1점의 차이도 합격 여부를 가를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파동이 더욱 심해졌던 까닭은 해당 문항의 의미를 엄밀히 따져 보면 사실 디아스타제보다는 무즙이 더 정답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아래 실제 문제 참조).
이 문항에서 묻고 있는 것은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인데, 엿기름 대신 무즙을 넣어서 엿을 고을 수 있으니 당연히 무즙은 정답이 되어야 합니다. 디아스타제는 '엿기름에 들어있는 성분'이지 '엿기름 대신 넣을 수 있는 재료'라고 하기엔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위는 정답을 디아스타제로 보고 무즙은 오답으로 처리하여 문제가 되었습니다.
'엿을 만들 때는 엿기름과 무즙 둘 다 사용 가능하고 그 이유는 거기에 들어있는 디아스타제 때문이며 지금 이 문항에서 엿기름 '대신' 넣을 수 있는 것을 묻고 있으므로, 엿기름의 '대체품'으로는 무즙이 좀 더 자연스러운 정답이다'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무즙파동'이 불거지자, 곤란해진 출제위는 이 문항을 백지화해 모두 점수를 주겠다고 발표하게 됩니다. 그러나, 1점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릴 수 있으므로, 명문 중학교 지원자 학부모들이 극렬하게 항의하게 됩니다. 그러자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당초 정답(디아스타제)대로 처리하겠다고 번복하며 합격자를 발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교육감이 무즙으로 엿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던 모양인지 무심코 "무즙으로 엿이 만들어진다면, 무즙을 답으로 쓴 아이들을 구제해 보겠다."는 말을 해버려 학부형들이 찬합에 무즙을 가득 갈아 오거나 진짜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 고물까지 묻혀 오는 등 각종 증빙자료를 챙겨 왔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재판으로까지 이어졌는데 1965년 3월 30일 서울고등법원 특별부는 학부형 42명이 제기한 ‘입학시험 불합격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해당 중학교가 내린 입학시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한다”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미 문제의 학생들은 일단 다른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므로, 승소 이후인 5월 12일 당시 교육법 시행령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던 경기중학교로의 학기 중 전학을 했는데 이 틈을 타서 일부 부유층 및 사회지도층 자녀 21명이 묻어가기로 부정입학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김원규 서울교육감, 한상봉 문교부 차관 등이 사표를 냄으로써 수습됐지만 갈팡질팡한 입시 제도와 일부 고관대작 부인들의 치맛바람이 어울려 유례없는 입시 혼돈이 빚어졌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학교 입시는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가 4년 뒤 창칼 파동(1968년 중학교 입학시험 미술 문제 정답시비) 사건 때문에 중학교 무시험 제도가 들어서면서 소위 '뺑뺑이(추첨) 세대'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경기중학교를 비롯하여 당시 명문 중학교로 칭해지던 33여 개의 중학교들은 1971년에 폐교되거나 평범한 교명으로 강제 변경 당하게 됩니다.
경기중학교: 폐교(1971년),
경기여자중학교: 폐교(1971년),
경복중학교: 폐교(1971년),
서울중학교: 폐교(1971년),
수도여자중학교: 폐교(1971년),
이화여자중학교: 폐교(1971년),
부산중학교→초량중학교,
경남중학교→토성중학교,
부산여자중학교→은하여자중학교,
경남여자중학교→수정여자중학교,
경북중학교→경운중학교,
경북여자중학교→경혜여자중학교 등.
'무즙파동' 당시 자모들이 엿을 만들어서 먹어보라고 시위한 데서 “엿 먹어라”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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