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4월 29일에 일어난 일:
1932년 -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시 훙커우 공원에서 폭탄을 투척하여 일본 장성들이 다수 살상되다.
1992년 - 미국에서 4.29 LA 폭동이 일어나다.
2004년 - 세계에서 3번째로 수명이 긴 자동차 제조사였던 올즈모빌에서 마지막 차량을 생산했다.
2020년 -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으로 38명 사망, 10명 부상.
오늘의 묵상: LA 폭동
1992년 4월 29일, 32년 전 오늘, 미국에서 4.29 LA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LA폭동이 발생하기 1년 전인, 1991년 3월 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몇 명의 백인 교통경찰관이 과속운전을 한 흑인청년 로드니 킹(Rodney King)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뉴스에 방영되어 흑인사회가 분개하였습니다.
불행하게도 로드니 킹 구타사건이 발발한 비슷한 시점에(1991년 3월 16일) 한국계 미국인 두순자가 운영하는 상점에서 15세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Latasha Harlins)가 오렌지 주스를 훔쳐가는 것으로 오인해 말다툼과 몸싸움 끝에 권총을 발사하여 소녀를 사망하게 만들어 흑인 사회의 분노를 더욱 촉발시켰습니다. 배심원은 두순자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고, 검사는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판사는 두순자가 재범의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4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과 함께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로 인해 LA 흑인 지역에서 장사하던 한인들에 대한 흑인들의 반감이 고조되었습니다.
아무튼 이 두 사건은 폭동이 일어날 시점까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는데, 1년 후인 1992년 4월 29일에 전국적인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로드니 킹 구타사건의 재판에서 경찰관 4명 중 3명은 무죄, 1명은 재심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판결에 분개한 흑인사회가 폭발, 시위로 번졌고 급기야는 폭동으로 비화되었습니다.
폭동이 시작되자마자 미국 언론은 1년 전인 1991년 3월 16일 흑인 빈민지역인 남부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이른바 ‘두순자 사건’을 집중 보도함으로써, 한국인과 흑인 사이의 인종갈등을 증폭시켰습니다. 다시 말해 흑인들의 공격의 화살을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도록 유도한 것인데, 한인들을 한흑갈등의 피해자가 아닌 원인제공자인 것처럼 보도하며, 흑인 소녀가 두순자에게 총을 맞는 장면을 여러 차례 방영했습니다.
더욱이 한인타운이 백인 거주지와 흑인 거주지 사이에 위치했기 때문에, 위치상으로, 폭동의 피해를 흡수할 완충지대로 이용될 여지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폭동이 진행되는 동안 부유한 백인거주지역인 웨스트우드(Westwood)나 비벌리힐스(Beverly Hills)에는 경찰력이 일찍 배치되었으나, 정작 흑인가에 가까운 한인타운에서는 경찰들이 초기진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LA폭동은(4.29 폭동이라고도 함) 사망자 58명, 부상자 2천4백여 명이라는 인명피해와 함께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남겼습니다. 이 폭동은 1992년 4월 29일에 시작되어 5월 4일까지 6일간 이어진 로스앤젤레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장 폭동이었으며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흑인 시위대가 한인타운에서 약탈과 방화를 일삼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한인과 흑인 간의 갈등이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한국인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LA폭동으로 한인타운의 약 90%에 달하는 2,300개의 한인 업소가 약탈당했거나 전소되어 재산 피해액이 4억 달러에 달했으나, 피해를 당한 한인들의 대부분은 지방정부나 연방정부로부터 응분의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폭동 이후 한인 사회는 비로소 흑인을 비롯한 여타 소수 인종과의 공존과 화합을 모색하고, 소수 인종으로서 정치적, 사회적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부모 1세대들이 주류사회에 대하여 강력하게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본 1.5세와 2세들이 한인권익운동에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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