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3월 14일에 일어난 일:
1593년 - 행주대첩 발발.
1862년 - 진주민란 발발.
1938년 - 슬로바키아 괴뢰정부가 체코슬로바키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1991년 -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이 발생했다.
2011년 -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3호기가 폭발하다.
오늘의 묵상: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과 두산그룹
1991년 3월 14일, 33년 전 오늘, 구미 공업단지 안의 두산전자에서 파이프가 파열되어 페놀 30t이 낙동강으로 유출되었습니다.
경상북도 구미공업단지 안의 두산전자에서 3월 14일과 4월 22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페놀 30톤과 1.3톤이 낙동강으로 유출된 사건이 있었는데, 페놀원액 저장 탱크에서 생산라인으로 통하는 파이프가 파열되어 발생했습니다.
페놀(phenol)은 대체로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는 유독성 물질로 무색에 심한 악취가 납니다. 발암물질이기도 한 페놀은 석유에서 대량 생산되며 폴리카보네이트(열가소성 플라스틱의 일종), 나일론, 세제, 제초제 등과 수많은 약의 주요 성분이기도 합니다.
이 유출 사고로 페놀은 낙동강을 타고 흘러서 대구의 수돗물이 페놀로 급속히 오염되었고 하류의 함안, 밀양 등에서도 검출되었고 급기야 부산의 상수원에서도 페놀이 검출되는 등 낙동강 유역 일대가 페놀로 오염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대구 시민들의 신고를 받은 다사 취수장에서는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다량의 염소 소독제를 투입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페놀은 염소와 반응할 때 클로로페놀이 되면서 독성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3월 첫 번째 유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조업정지 30일 처분을 받고 그마저도 20일 만에 수출과 경제 타격이라는 명분으로 해제해 줬는데 고작 한 달 후인 4월 2차 유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공무원 7명과 두산전자 관계자 6명 등 13명이 구속되었고, 관계 공무원 11명이 징계 조치되었으며,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이 사임했습니다. 또한 환경처 장. 차관이 해임되고 환경범죄처벌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대구광역시를 비롯해 낙동강 주변의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는 두산그룹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졌고 수돗물 페놀 오염대책 시민단체 협의회를 결성하였습니다. 당시 두산그룹은 OB맥주 외에도 코카콜라를 생산했던 두산음료와 두산종합식품도 있었습니다. 두산그룹은 이 사고로 주력상품인 OB 맥주 등 상품 매출액이 1천억 원 이상 감소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1997년 외환 위기와 두산그룹 3세 형제 내 갈등까지 터지면서 두산그룹은 존폐 위기에까지 놓였고 결국 OB 맥주를 비롯한 각종 소비재 관련 계열사를 대거 매각하면서 소비재 산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됩니다. 1999년 초에는 프로야구팀 OB 베어스도 두산 베어스로 이름을 바꾸고, 2000년대 들어서는 인수합병 등을 통해 중공업 분야로 진출해 그룹 전체의 성격을 바꾸게 됩니다. 즉, 이 사건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두산그룹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 버린 사건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70~80년대 고도성장 당시 환경오염방지에는 전혀 무관심했던 기업들의 환경오염 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으며 아울러 형식적인 오염단속에 그친 행정당국의 안이함, 그리고 유독성물질의 상수원수 유입을 방지할 수 있는 정수장치 등 근본 대책을 세우지 못한 보건당국의 무능함 등이 결합된 인재였습니다.
녹색연합에서는 1999년 "50년대 이후 발생한 대한민국 환경 10대 사건" 중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을 1위로 선정하였습니다.
여담으로, 맥주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OB맥주는 크라운맥주의 추격에 1위 자리를 빼앗겼고, 크라운맥주가 하이트를 출시하면서 "깨끗한 물 마케팅"을 전폭으로 전개하며 크라운맥주의 사명까지 하이트로 바꾸며 승승장구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으로 덕을 본 사람들도 있었으니 바로 수돗물 불신 풍조가 높아지면서 당시 불법이던 생수 시장이 생겨나며 정수기 사업이 활성화된 것입니다. 당시 생수는 주한미군등 외국인에만 판매가 가능했고 국내유통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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