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8월 10일에 일어난 일:
1903년 - 파리 지하철 화재가 발생하여 84명 사망
1961년 - 대한민국 표준시간 변경
1994년 - 대한항공 2033편이 제주국제공항에서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로 전소 (전원 생존)
1999년 - 네덜란드, 세계 최초로 안락사 인정 법안 마련
2000년 - 현대그룹, 서울-판문점-개성 간 버스를 이용한 육로 관광 합의
2002년 - 부산 실로암 요양원 산사태 사건으로 4명 사망
오늘의 묵상: 파리 지하철 화재
1903년 8월 10일, 121년 전 오늘, 파리 지하철 화재가 발생하여 84명이 사망했습니다.
프랑스 파리 메트로 2호선 북선(ligne 2 nord, 현 2호선)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는 빈약한 방재체제와 화재발생 후의 부적절한 대처로 인해, 84명 사망이라는 참사를 빚었습니다. 사망자의 대다수가 크롱(Couronnes) 역에서 발생한 것을 들어, 크롱 사고라고도 불립니다.
1903년 8월 10일 오후 7시경, 지하에서 고가 구간으로 올라가 블루바르 발베스 역에 도착한 나시옹행 43호 열차의 선두차 전동기 부근에서 연기가 발생했습니다. 즉각 승객들을 플랫폼으로 피난시킨 뒤 집전장치를 올리자 연기가 멈추었고, 연기의 원인을 단순한 과부하로 판단한 직원들은, 퇴근길 인파를 수송코자, 운행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사고를 키운 치명적인 실수였는데, 연기는 전동기 회로의 합선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그때 이미 무서운 불씨가 자라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무서운 불씨를 안고 지하터널 속으로 달려든 나시옹행 43호 열차의 선두차량 부근에서 다시 연기가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나무로 만들었던 집전화 조작용 부품이 타버려 집전화를 조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선두 차량이 무능 상태에 빠졌지만 구조상 최후부의 운전대에서 운전할 수 없어, 다른 후속열차가 와서 뒤에서 밀고 가는 구원운전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이때 뒤를 따라오던 52호 열차가 승객들을 모두 하차시키고 43호 열차와 연결되어 43호 열차를 뒤에서 밀면서 이동했습니다.
7시 32분, 연결된 두 열차는 52호 열차 선두차의 전동기만을 사용하여 천천히 발차했고 이때까지 여전히 43호 열차의 불기는 잡지 못한 채 연기를 계속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43호와 52호 연결차가 벨빌(Belleville) 역에 도착하여 이 역의 대피선에 입선시키려 했지만 실패하여 결국 여덟 정거장 앞인 종점 나시옹 역까지 회송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43호와 52호에서 하차한 승객들은 그 후속 열차인 48호 열차에 모두 몰려 정원의 3배에 달하는 승객들을 태우게 됩니다.
그러나 43호와 52호 열차가 다음역인 크롱 역을 통과하면서 차량화재가 심각해졌고, 뒷 따라온 48호 열차가 크롱 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지하터널 전방이 연기로 가득 찼습니다. 이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운전사와 역장, 직원들은 48호 열차의 운행을 중지하고 승객 전원을 지상으로 대피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승객들, 특히 화재가 난 43호와 회송역할을 맡은 52호차에서 하차하여 갈아탄 승객들은 불만을 터트리며 환불요구를 하는 등 역 구내는 혼란에 휩싸이게 되면서 소중한 대피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수많은 승객들이 크롱 역내에서 대피할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회송 중이던 43,52호 열차가 다음 역인 메닐 몽땅(Ménilmontant) 역에 도착했고 이때는 이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두 열차의 운전사는 운전을 포기하고 탈출했습니다.
오후 8시, 역의 조명용 전력을 공급하던 전선이 화재로 끊기며 크롱 역은 암흑천지로 변했고, 메닐몽땅 역에서 발생한 연기는 지하터널을 타고 크롱 역까지 퍼져왔습니다. 그때까지 역에 남아있던 승객들은 짙은 암흑과 연기 속에 탈출구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하나둘 질식해 쓰러져 갔습니다.
일부 승객들은 반대편 역 방향으로 대피를 시도했으나 그쪽 방향으로는 내려가는 계단이 없어, 결국 84명이라는 소중한 목숨이 연기 속에 질식해 사망했습니다. 75명은 크롱역에서, 7명은 메닐몽땅 역에서, 그리고 2명은 터널 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사고차량인 43호와 연결된 52호 두 열차는 차대만 남기고 전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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